일요일 저녁이었다. 소파에 누워서 트위터를 보다가 동기의 리트윗이 눈에 들어왔다. "00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유명한 시리즈B 스타트업이었다. 축하한다는 마음이 먼저였는데, 3초쯤 지나니까 묘한 감정이 올라왔다. 나는 아직 여기 있는데.
그 감정이 뭔지 이름을 붙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조급함? 질투? 아니면 불안?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거다. 축하 메시지를 쓰고 보내는데 손이 좀 무거웠다. 그 무거움이 싫었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은데, 몸이 따로 움직인다.
잔디밭 스트레스
깃허브 프로필을 열 때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게 잔디다. 초록색이 빽빽하면 왠지 뿌듯하고, 비어 있으면 게을렀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진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건 다른 사람 잔디를 구경하면서부터였다.
팀 리드 깃허브에 들어갔다가 잔디가 거의 매일 초록색인 걸 보고 충격받은 적이 있다. 거기에 오픈소스 기여까지 꾸준히 하고 있었다. 나는 회사 코드 커밋이 대부분인데, 이 사람은 개인 프로젝트까지 돌리고 있었다. 그 날부터 의미 없는 README 수정 커밋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잔디를 채우기 위해서. docs: update README라는 커밋 메시지가 일주일에 세 번씩 올라갔다. 내용은 마침표 하나 추가하거나, 줄바꿈을 수정하는 거였다.
한 달쯤 그러다가 깨달았다. 이건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하는 거지? 채용 담당자? 아니면 그냥 나 자신한테? 잔디가 빽빽하다고 실력이 느는 건 아닌데, 그 초록색 네모에 이상하게 집착하고 있었다. 오히려 의미 없는 커밋을 남기는 데 쓰는 에너지를 진짜 공부에 쏟았으면 훨씬 나았을 거다.
요즘은 잔디를 신경 안 쓰려고 노력한다. 아예 프로필에서 잔디 섹션을 접어놓았다. 안 보이면 신경이 덜 쓰인다. 근데 가끔 다른 사람 프로필 들어가면 또 보게 된다. 습관이 무섭다.
연봉이라는 숫자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연봉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심장이 좀 빨라진다. 블라인드에서 "3년차 프론트엔드 연봉 어느 정도?" 같은 글을 보면 꼭 열어본다. 그리고 댓글을 읽으면서 계산을 시작한다. 저 사람은 나보다 1년 적은데 더 받네. 저건 대기업이니까 그런 거겠지. 아 근데 스타트업도 저 정도는 주나?
한번은 대학 동기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연봉 이야기가 나왔다. 금융권 SI에 간 친구가 숫자를 말했는데, 나보다 꽤 높았다. 물론 그 친구는 야근이 일상이고 기술 스택도 10년 전이라고 했지만, 숫자만 머리에 남았다.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괜히 잡플래닛을 켰다. "프론트엔드 2년차 평균 연봉" 검색. 나오는 숫자들을 보면서 한숨을 쉬기도 하고, 안도하기도 하고. 그 30분이 정말 쓸데없는 시간이었다는 걸 지하철에서 내리면서 깨달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연봉이 높은 사람이 행복한 사람인 건 아니다. 당연한 말인데 비교 모드가 켜지면 이 당연한 걸 잊어버린다. 내가 좋아하는 기술로 일하고, 팀 분위기가 괜찮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으면 그게 꽤 괜찮은 거다. 근데 숫자 앞에서는 이런 정성적인 가치가 무력해진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숫자는 명확하니까. "나는 성장하고 있어"는 주관적이지만, "나는 연봉이 00이야"는 객관적이다. 비교가 쉬운 건 항상 숫자 쪽이다.
이직 뉴스의 파급력
개발자 세계에서 이직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평균 재직 기간이 2년도 안 된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자주 비교하게 된다. 슬랙 커뮤니티에서 "00 합류했습니다" 포스트가 올라올 때마다 반응이 폭발하고, 나도 축하 이모지를 누르면서 동시에 "나는 언제쯤?" 하는 생각이 스친다.
작년에 같은 부트캠프 출신 동기가 유명 테크 회사에 입사했다. 부트캠프 슬랙에 소식이 올라왔고, 모두가 축하했다. 나도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밤에 잠이 안 왔다. 같은 시기에 시작했는데 왜 저 사람은 저기 있고 나는 여기 있지? 포트폴리오를 꺼내서 다시 보고, 이력서를 고치기 시작했다. 새벽 2시에. 글씨가 흐릿하게 보일 때까지.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이력서에 쓴 내용이 전부 "남들한테 좋아 보이는 것"이었다. 사용한 기술 스택 나열, 참여한 프로젝트 규모, 처리한 트래픽 수치.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지는 빠져 있었다. 그냥 저 사람이 간 회사가 좋아 보여서 따라가려고 한 거였다. 그 회사가 어떤 문화인지,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도 제대로 안 알아보고.
가장 웃긴 건, 그 동기가 몇 달 후에 "생각보다 안 맞아서 힘들다"고 말한 거다. 겉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사는 건 다르다. 알고 있는데 매번 잊어버린다.
비교의 함정
비교가 나쁜 게 아니다.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비교도 있다. "저 사람은 성능 최적화를 잘하네, 나도 저 분야를 공부해볼까" 같은 건 건강한 비교다. 문제는 비교 대상이 틀렸을 때, 그리고 비교의 목적이 "참고"가 아니라 "평가"일 때다.
트위터에서 보이는 건 하이라이트다. 합격 소식은 올리지만 탈락은 안 올린다. 성공한 사이드 프로젝트는 자랑하지만 중간에 포기한 건 말 안 한다. 잔디가 빽빽한 건 보이지만, 그 사람이 번아웃 와서 3개월 쉰 건 안 보인다. 배포에 성공한 트윗은 올라오지만, 그 전에 빌드가 47번 실패한 건 안 올라온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 SNS에는 괜찮은 것만 올린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도 "이건 좀 괜찮다" 싶은 것만. 그러면 누군가는 내 프로필을 보고 비교하고 있을 수도 있다. 서로 편집된 버전만 보면서 비교하는 거다. 인스타에서 여행 사진만 보고 그 사람의 일상이 늘 화려할 거라고 착각하는 것과 같다.
시니어한테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점심 먹으면서 "다른 사람 보면 조급해진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도 아직도 그래. 7년 차인데 10년 차 보면 아직 멀었다 싶고, CTO 보면 나는 언제 저기 가나 싶고." 7년차도 비교한다는 사실이 좀 위로가 되면서도, 이게 끝나지 않는 건가 싶어서 약간 막막했다. 비교가 인간의 기본 설정이면, 우리는 평생 이걸 안고 사는 건가.
내가 시도하는 것들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 그냥 몇 가지 시도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트위터 알림을 껐다. 아예 안 보는 건 아닌데, 의도적으로 보는 시간을 줄였다. 특히 일요일 저녁에는 안 본다. 월요일 출근 전에 쓸데없이 조급해지는 걸 막으려고. 대신 그 시간에 다른 걸 한다. 러닝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보거나, 그냥 아무것도 안 하거나.
블라인드 연봉 글은 안 연다. 이건 꽤 힘들다. 제목이 눈에 들어오면 손가락이 먼저 움직이는데, 최근에는 "이걸 읽고 나서 기분이 좋아진 적이 있나?" 하고 자문한다. 답은 항상 아니오다. 내 연봉보다 높은 글을 보면 우울하고, 낮은 글을 보면 잠깐 안도하다가 "그래도 더 받아야 하는데" 하는 욕심이 생긴다. 어떤 결과든 좋지 않다.
그리고 비교 대상을 바꾸려고 한다. 6개월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는 거다. 6개월 전에는 TypeScript 제네릭이 무서웠는데 지금은 유틸리티 타입을 직접 만든다. 6개월 전에는 코드 리뷰 받으면 위축됐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했냐"는 질문에 근거를 대고 설명한다. 6개월 전에는 Next.js의 렌더링 전략이 헷갈렸는데 지금은 SSR, SSG, ISR을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남과 비교할 때는 보이지 않는다. 나한테만 보인다.
노션에 "6개월 전 나 vs 지금 나" 페이지를 만들었다. 분기마다 업데이트한다. 이걸 보면 "아 나도 나름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잠깐이지만.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흔들린다. 어제도 링크드인에서 동기 이직 소식을 봤고, 잠깐 조급해졌다. 이 글을 쓰면서도 "이런 글 쓸 시간에 알고리즘 문제 하나 더 풀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비교를 완전히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인간이니까. 다만 비교가 시작됐을 때 "아, 또 시작이네" 하고 알아차리는 속도가 좀 빨라진 것 같다. 예전에는 비교 모드에 들어가면 며칠을 끌었는데, 요즘은 반나절 정도면 돌아온다.
그게 성장인지는 모르겠다. 근데 뭐, 일단은 그 정도면 괜찮지 않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