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에 TypeScript를 제대로 공부하겠다고 결심했다. Udemy 강의를 결제하고, 노션에 학습 계획표를 만들고, 주말마다 4시간씩 공부하기로 했다.
2주 버텼다.
첫 주말은 의지가 넘쳤다. 4시간 동안 섹션 3개를 끝냈다. 둘째 주는 3시간쯤 하다가 유튜브로 빠졌다. 셋째 주는 토요일에 약속이 있어서 일요일로 미뤘고, 일요일에는 "평일에 하지 뭐" 하다가 안 했다. 넷째 주에는 강의 앱을 열지도 않았다.
이 패턴이 처음이 아니었다. React 공부도, 알고리즘도, 영어도 다 이랬다. 거창하게 시작하고 조용히 포기하는 루프.
2%의 개선이라는 관점
James Clear의 Atomic Habits를 읽은 건 그 실패 직후였다. 핵심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매일 1% 나아지면 1년 뒤에 37배가 된다." 수학적으로야 맞는 말인데, 처음엔 좀 뻔하다고 느꼈다.
근데 나를 진짜 멈추게 한 문장은 따로 있었다.
"You do not rise to the level of your goals. You fall to the level of your systems."
목표가 아무리 거창해도, 시스템이 없으면 결국 기존 수준으로 돌아간다. 나는 "TypeScript 마스터"라는 목표는 있었지만, 그걸 위한 시스템은 없었다. "주말에 4시간"은 시스템이 아니라 일회성 이벤트다.
매일 25분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규칙은 하나. 평일 아침, 출근 전에 25분 코딩 공부. 단 25분.
왜 25분이냐면, 뽀모도로 타이머 하나 분량이라 시간 관리가 쉬웠다. 그리고 "25분이면 뭘 하겠어"라는 생각이 드는 게 핵심이다. 부담이 없으니까 시작하기 쉽다.
처음 일주일은 TypeScript 공식 문서를 읽었다. 25분 동안 제네릭 챕터 절반 읽는 게 전부였다.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았다. 근데 다음 날 나머지 절반을 읽고, 그다음 날은 간단한 예제를 직접 쳐봤다.
한 달이 지나니까 제네릭, 유틸리티 타입, 조건부 타입까지 왔다. 두 달째에는 회사 코드에서 any를 하나씩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세 달째에는 동료가 "타입 어떻게 짜야 돼?"라고 나한테 물어봤다.
4시간 몰아치기로는 2주 만에 포기한 걸, 25분씩 매일 해서 3개월 만에 체감되는 변화를 만들었다.
습관 쌓기(Habit Stacking)
25분 습관이 정착된 데는 "습관 쌓기" 전략이 컸다. 기존에 이미 하고 있는 습관에 새 습관을 붙이는 거다.
나의 경우: 커피 내리기 → 커피 들고 책상에 앉기 → 타이머 25분 시작 → 코딩 공부
커피 내리는 건 이미 매일 하는 행동이니까, 그 뒤에 공부를 끼워 넣으면 별도의 의지력이 덜 든다. "오늘 공부해야지"라고 매일 결심하는 대신, 커피를 내리면 자동으로 공부 모드에 들어가는 루틴이 된다.
한 달쯤 지나면 생각 없이 몸이 움직인다. 커피 머신 버튼 누르고, 컵 들고 가서, VS Code 열고, 타이머 시작.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관성의 문제가 된다.
2일 연속으로 빼먹지 않는다
매일 하겠다는 건 거짓말이다. 현실에서는 빼먹는 날이 반드시 온다. 아침에 컨디션이 안 좋거나, 일찍 출근해야 하거나, 그냥 하기 싫은 날이 있다.
James Clear가 제안하는 규칙이 하나 있다. "하루는 빼먹어도 된다. 이틀 연속은 안 된다." 이 규칙이 나를 살렸다. 하루 빼먹었을 때 "아 망했다, 다시 시작해야 하나"가 아니라, "내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완벽주의가 습관의 적이다. 한 번 빼먹었다고 전체를 포기하는 게 가장 흔한 실패 패턴이다. 3일 연속 빼먹으면 다시 시작하기가 심리적으로 어려워진다. 근데 1일은 괜찮다. 다음 날 바로 돌아오면 연속성이 유지된다.
정체성의 변화
3개월쯤 지나니까 재미있는 변화가 생겼다. "TypeScript 공부해야 하는 사람"에서 "매일 아침에 코딩 공부하는 사람"으로 스스로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James Clear 식으로 말하면 "identity shift"다.
"나는 꾸준히 공부하는 개발자다"라는 정체성이 생기면, 하루 빼먹는 게 불편해진다. 의지력으로 버티는 게 아니라, 내 이미지와 맞지 않아서 불편한 거다. 이게 습관이 자동화되는 단계다.
지금은 TypeScript 말고도 아침 25분에 여러 가지를 돌아가며 한다. 한 주는 새 라이브러리 문서 읽기, 다음 주는 알고리즘 한 문제, 그다음 주는 기술 블로그 읽기. 25분이라는 그릇은 그대로인데, 안에 담는 내용물만 바뀐다.
매일 25분이 인생을 바꾼다고 하면 과장이다. 근데 매일 25분이 "나는 꾸준한 사람이 아니야"라는 믿음을 바꿔준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 믿음의 변화가,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꿨다.
